The Chaebeol’s Youngest Son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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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질러 쇼 2

“일단 전체 흐름부터 설명해주세요. 내가 개념을 좀 잡게.”

“오케이. 일단 올해 S/S 시즌 상품 중에 주력이 될 만한 것들을 골라. 셀렉팅이 끝나면 디스플레이할 샘플을 요청하지.”

“거기까진 이해했어요.”

고모는 좀 들떠 보였다.

앞으로 진행할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행이 자기 뜻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마저 한다. 일할 때 가장 신 나고 즐거운 순간이다.

“샘플이 도착하면 디스플레이를 생각해야 해.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동선을 짜고, 연결 구매가 가능하도록 구성해야겠지?”

“연결 구매?”

“그래. 모자를 사면 어울리는 귀걸이를 갖고 싶고 귀걸이를 사면 목걸이에 눈이 가. 예쁜 목걸이를 사면 목이 파인 원피스를, 그리고 원피스에 어울리는 하이힐을. 이런 걸 말하는 거야.”

“마네킹에 다 걸쳐 놓으면 되는 일 아닌가요?”

“그건 기성품이나 그렇게 하는 거지. 우리 VIP 년들은 까다로워. 자기가 직접 하나하나 골라야 해. 마네킹은 마치 강요당하는 기분을 느끼거든.”

“까다롭네요. 진짜.”

타고난 성격이 까다로워서가 아니다. 넘쳐나는 돈이 인격에 뽐뿌질을 한다. 난 특별한 존재라고!

“나랑 나란히 선 년들만 그래.”

고모와 견줄 만한 여자라면 재벌가의 여인들이 뻔하다. 그녀들은 고모가 추천하는 세팅을 절대 받아들일 리가 없다. 자존심 싸움이니까.

“그쪽은 집으로 찾아가는 거죠?”

“그래. 약속한 날짜에 가서 그 고객의 취향에 맞춰 디스플레이하면 그 년들이 고르는 거지. 고객으로서는 그들이 베스트라고 할 수 있어. 다들 같은 걸 몇 개씩 사니까. 집에 놔두고 유럽 별장이나 뉴욕 아파트에도 놔두거든. 여행 갈 때 은근히 들고 다니기 귀찮다니까.”

여기까지도 안다.

“아, 이번에 네가 가볼래? 그래. 그게 좋겠다.”

갑자기 고모가 손뼉을 짝 치며 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한 바퀴 빙 돌면서 내 모습을 다시 확인한 뒤 활짝 웃었다.

“순양 회장님의 손자, 게다가 영화배우와 제작사 사장의 아들. 스타 뺨치는 외모의 젊은 3세. 이건 대박이다.”

“내가 왜 가요?”

“넌 가서 인사만 해. 나머지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할 거야. 그 여자들 너 보면 가만히 못 있어. 잘생기고 젊은 3세가 곁에서 딱 지켜보는데 우물쭈물할 것 같아? 어마어마하게 사들일 거야. 그것만이 네게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거잖아.”

내가 미끼인 것 같아 불편했지만, 그들과 안면도 트고 매출도 올린다. 책임진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죠, 뭐.”

“의외다. 순순히 한다고 하고….”

“매출 올려야죠. 기록 한번 세워봅시다. 하하.”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버리자 고모의 눈빛이 변했다.

조카 중에 웃음을 팔아 가며 매출 올리려는 놈은 단 한 명도 없다. 일 자체도 싫어하는데 굽신거리기까지 해야 한다면 모두 소리를 빽 지르며 거절할 것이다.

굽신거리는 것을 마다치 않는 내가 달리 보였을 것이다.

“자, 그렇게 1차 끝내면요?”

“아까 내가 말한 뤽상브룩 세프가 누군지 알아?”

“아뇨.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파리 뤽상브룩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이야. 유명한 세프지. 그 사람이 스탭들 데리고 온다. 전세기 타고.”

“저, 전세기?”

“그래. 그 전세기에 식재료 전부 싣고 오는 거다. 그리고 호텔 연회장에서 신상품 디스플레이해 놓고 초대장 받은 100명을 모으는 거다.”

100명을 위한 만찬, 그리고 값비싼 명품 전시회. 이런 거였나?

“특히 테이블, 식탁보, 의자, 접시, 포크 나이프 전부 공수한 걸로 다 채우거든. 그것 역시 상품 디스플레이지.”

“그 100명은 누굽니까?”

“집이 좁은 부자.”

“네? 부자가 어떻게 집이 좁아요?”

“수십 벌의 옷과 잡화를 디스플레이 못 하는 크기의 거실과 집이거든. 그리고 재벌가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고모의 제안을 아주 주의하여 듣고 받아들인다는 거죠? 워너비니까?”

“바로 그거야. 호텔 연회장의 디스플레이는 내 취향이거든? 그걸 내가 직접 설명하면 웬만해서는 다 듣지.”

“그리고 또 다른 효과도 있어.”

“뭐죠?”

“질투와 경쟁.”

무섭다. 여자들이란. 쇼핑에도 팽팽한 기 싸움을 하는구나.

“100명이 서로를 쳐다보며 견제하는 거야. 여기서는 많이 예약하는 사람이 최종 승자야. 경매장의 분위기와 흡사하지.”

갑자기 오싹한 느낌이다. 이건 아예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것 아닌가?

“너도 시간 되면 와서 한번 봐. 지는 걸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의 그 살벌하고 광기 어린 모습을. 그게 쇼핑을 통해서 확 드러나는 거야.”

꼭 봐야겠다. 원초적인 욕망이 드러난 장면 아닌가?

“좋아요. 꼭 가서 보죠. 그런데 고모. 이건 그냥 물건 파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잖습니까? 이게 어떻게 쇼핑을 리드하는 게 돼요?”

“그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 부티크니까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주거든. 다들 VIP 고객이잖아. 취향을 맞춰줄 수밖에 없어. 그게 다시 아래로 퍼지고.”

이런 곳에서도 낙수 효과를 보는 건가? 아니, 동심원 효과인가?

“그럼 면세점과는 어떻게 연결 짓습니까? 중요한 건 우리가 인천공항 그리고 서울 시내 면세점에 선정되는 거라는 걸 잘 아시죠?”

“물론이야. 내가 고른 100여 명이 어떤 사람들인데? 전부 각 분야에서 한 가닥 힘 좀 쓴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야. 이번 이벤트 끝나고 예약한 상품 집으로 전해줄 때 슬쩍 언질 주는 거지. 그게 모이면 엄청난 힘이 될 거다.”

가장 큰 권력은 베갯머리에서 부탁하는 거라더니….

“도준아.”

“네.”

고모가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동안 넌 너무 이쪽을 무시했어. 천박해 보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 천박한 것들이 이 나라의 힘을 쥐고 있다. 너도 나처럼 그들과 관계를 맺어야 해. 그래서 그 힘을 써야지.”

갑자기 고모가 왜 이럴까?

내가 힘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불리해질 게 뻔한데 말이다.

고모는 수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날 보며 피식 웃었다.

“경계하지 마. 네가 그랬잖아, 목적지에 갈 때까지 우리 둘은 동맹이라고.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난 네 말을 따르기로 했어. 내가 너의 본모습을 오빠들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게 바로 그 증거야.”

아직 포기하지 않았나?

하지만 난 크게 경계하는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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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타이슨이 말하지 않았나? 한 방 맞기 전까지는 누구나 다 그럴듯한 전력이 있다고.

고모가 그 어떤 계략을 짜든 마지막에는 알 것이다.

그냥 백화점과 호텔을 전전하며 호화로운 생활이라도 유지하는 게 건질 수 있는 전부라는 걸 말이다.

* * *

5년 전 800에 불과했던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2000년이 시작되었을 때 4,800을 돌파했다.

생명이 다하기 전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우는 것이다. 마치 뉴 데이터 테크놀러지의 주가처럼.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의도의 촉 좋은 증권맨들은 한국에도 불어닥칠 닷컴 버블이 꺼질 것을 예상했고 마지막 한탕을 위해 살벌하게 돈을 끌어모았다.

바이코리아 펀드, 박현주 펀드 등의 애국 마케팅 등으로 시중의 자금들이 전부 IT 기술주에 쏠렸고 테마주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

이미 거품 터진 벤처 때문에 돈을 날린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지만, 누구나 그렇듯 자신은 안전할 것이고 큰돈을 벌게 될 거라는 희망을 품은 사람은 여전히 넘쳐났다.

칼날 위를 걷는 아슬아슬한 형국이었지만 오늘 내가 찾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딴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한국 경제가 휘청이든, 롤러코스터를 타든 늘 구름 위에서 포근하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한다.

“어때? 끝내주지 않아? 완전 화보지?”

100% 수작업으로 만들며 기간만 6주가 걸리는 정장.

한 벌의 정장을 위해 10시간 동안 한 땀 한 땀 3천 개 이상의 스티치가 들어가고, 재킷 하나를 만드는 동안 42번 이상의 다림질 등 186번의 제작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기성복 제작 기간에 비해 30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들지만, 가격은 50배에서 100배 이상인 남성 정장.

고모와 백화점 최고 MD는 나를 위해 3대 나폴리 슈트인 체사레 아톨리니(Cesare Attolini), 브리오니(Brioni) 그리고 키톤(Kiton)을 준비했다.

“패션의 완성은 모델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아요. 어쩜 이리 세 브랜드 모두 잘 어울리실까?”

당분간 나와 함께 움직일 직원들은 고모에게 장단을 맞추느라 호들갑을 떨었다.

“오늘 두 집을 방문할 텐데 도준이 넌 안면만 터.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돼. 나머지는 이 애들이 다 알아서 할 거야.”

딱히 긴장되지도, 걱정하지도 않았다. 오늘 방문하는 곳은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없는 재벌가다. 그리고 재계 순위도 순양보다 한참 떨어지니 굳이 잘 보이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

고모 말대로 인사를 나누는 게 목적이다. 그들과 비즈니스로 관계를 맺을 때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접근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일성그룹 사모님과 며느님들 그리고 따님들입니다. 그렇게 까탈스럽지는 않아서 불편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남자 고객은 없습니까?”

“물론 있어요.”

함께 가는 직원이 생긋 웃었다.

“오로지 여직원만 남성 고객을 상대합니다. 아시겠지만….”

“남자 직원이 가면 유독 갑질하려고 하죠?”

“네. 아마도 우월감을 드러내고 싶은가 봐요.”

“영장류는 원래 계급 사회를 구성해요. 인간도 짐승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지, 뭐.”

“네?”

“아, 아니에요.”

고개를 갸웃하는 직원을 무시하고 자동차 시트에 몸을 기댔다.

일성그룹이라….

나중에 대통령과 사돈이 되는 집안이었지?

잘해 두면 대통령 직통라인이 또 하나 생기는 거다. 순양의 회장쯤 되면 새로운 파이프를 꽂을 필요도 없겠지만, 그 전까지는 쓸모 있다.

정점에 오른다는 건 이런 잡다한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자동차는 한남동으로 향했다.

일성그룹 자택에 들어서자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부터 눈에 띄었다. 웅장한 맛 없는 깔끔한 정원. 집주인의 성격을 드러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하는 사람들이 먼저 나왔고 안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함께 온 백화점 직원들이 곱게 포장한 상품들을 하나하나 꺼내며 거실에 늘어놓을 때도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잠시만요, 실장님. 실장님이 직접 오셨다는 걸 넌지시….”

직원 한 명이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접근해서 내 신분을 밝히려 할 때, 그를 끌어당겼다.

“그냥 놔두세요. 이 사람들 평상시 모습을 보고 싶네요.”

분명 까탈스럽지는 않다고 했는데 그것과 예의 없음은 별개였다. 집안일 보는 사람들은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 수고한다며 물 한 잔 주지 않는 야박한 인심을 보였다.

한 시간 넘게 공들여 디스플레이를 끝내자 누군가 이 층으로 올라가 알렸다.

그렇지만 곧바로 나타나지도 않았다. 다시 이십여 분이 흘러서야 수군거리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할머니 하나, 중년 여인 셋, 젊은 여자 둘.

그녀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함께 온 직원들은 아무 말 없이 허리를 숙였다.

내가 가볍게 머리만 까닥하자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내게 꽂혔다. 십여 명이 허리를 펴지 않았으니 멀뚱멀뚱하게 서 있는 내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녀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가볍게 미소 지으니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재밌는 젊은이가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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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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